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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성 난청’...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다린다
글쓴이 사회

날짜 24.03.09     조회 89

     광부 자료사진  (사진 = 법률닷컴) 

     

    최근 6년간 소음성 난청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 신청 건수가 늘어난 배경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공단이 소음성 난청의 치유 시기를 잘못 해석하여 잘못된 처분이 많이 이뤄졌고, 어차피 보상을 못 받을 거라는 생각에 신청을 포기한 사례가 상당수였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치유일이 진단일로 시정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신청하게 된 것이다.

     

    공단이 부지급 처분을 일삼아 행정소송에서 지속적으로 패소하자 국정 감사에서 이를 지적받았고, 공단은 2020년 2월, 2021년 12월 내부 업무처리기준을 개선하였다. 주요 개선 내용은 비대칭, 농 등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이 아니더라도 ‘명백한’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 소음과 재해 간의 업무 관련성 인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단은 기준만 그럴듯하게 마련해두고는 다양한 사유들, 심지어 이비인후과 치료 이력을 핑계로 들어 부지급 처분을 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신청 건수가 아닌 승인 건수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되묻고 싶다.

     

    재해자 A(만 77세)는 공단의 부당한 처분으로 인해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고 있다. A는 ㅇㅇ탄광 등에서 10년 이상 소음 작업을 했고, 2017년 공단에 소음성 난청 장해급여 청구를 하였다. 공단은 처음에는 노인성 난청으로 부지급 처분한 뒤, 이후 개선된 기준으로 재검토를 요청하자 이번에는 전농, 양측 비대칭을 이유로 부지급 처분하였다.

     

    명백한 다른 원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산재 보상을 거부한 것이다. 소음성 난청은 업무상 85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별표 3] 차목).

     

    그러나 해당 조항의 단서에서 내이염, 메니에르, 돌발성 난청, 노인성 난청 등의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경우에는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A는 별다른 이비인후과 질환을 앓고 있지 않았으며, 다른 원인으로 볼 만한 증상도 없었다. A는 행정소송을 하였으나, 1심에서 패소하였다. 법원은 공단의 업무처리기준은 내부 지침일 뿐 대외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였다.

     

    행정청이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 내부 지침을 활용하고, 그 지침을 따라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과거 공단이 내부 지침을 이유로 부지급을 내렸을 때 행정소송에서는 이 지침이 내부 업무처리 기준에 불과하고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어 최종 법원의 판단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공단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내릴 때 등장하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 논리를 거꾸로 공단 스스로 지키지 않고 부지급을 내렸을 때 공단이 이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요설로 둔갑을 한 것인데 법원이 그러한 공단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형국이다. 

     

    현재 2심을 진행 중이나, 이번에는 감정의가 A의 난청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난청이라 단정하였다. 감정의는 노인성, 전농, 비대칭이라는 이유를 들었으나, 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업무처리기준에 개선 반영된 바 있다.

     

    감정의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내부 지침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업무 관련성을 부정한 것이다. 소음과 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례(서울행정법원 2020구단57120, 2018구단58595 판결 등)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A는 분명 소음 환경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여 내부 지침에 따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어야 마땅한 분이다. 그러나 법원에서조차 감정의 말 한마디에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전문의마다 장해보상 판단 기준에 대한 이해도나 연구 결과 습득 정도 등에 차이가 있으니 감정 결과가 중구난방이다. A를 비롯한 수많은 산재 근로자는 감정의를 잘 만나기를 바라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의사 개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여러 자료들을 면밀히 살핀 후 공단의 결정 내용이 위법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재판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정의 의견을 배척하는 재판부는 많지 않고, 다수의 재판부는 감정의의 의견에 따른다.

     

    재판부가 감정의 개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어서야 되겠는가? 감정의나 판사가 탄광에 직접 들어가 그 소음을 듣는다면 그렇게 판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 번만 그 소음에 노출되더라도 귀가 먹먹해지는데, 하루 8시간 동안 일하며 수차례 듣는 탄광 재해자들이 소음성 난청이 아니라니..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릴 수가 있는 것인지 통탄할 일이다.

     

    (공단은 업무관련성 평가를 공단 산하 병원을 통해 하는 것도 모자라, 판정이 곤란한 경우 통합심사회의를 거쳐 장해판정을 한다. 심지어 업무관련성 평가 담당자가 인정한 경우에도, 불필요한 통합심사회의를 거쳐 결과를 뒤집는 경우도 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행정소송을 가더라도 결과가 이렇다보니 재판 도중 소를 취하하거나, 공단이 재처분을 하는 조건으로 조정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조정으로 가더라도 공단은 재차 불승인 처분을 하기도 한다. 이쯤되면 공단은 그저 불승인을 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부정수급 등의 비리가 행해지는 동안, 정작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해당함에도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억울한 재해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공단의 부당한 처분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업무상 재해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위해 설립된 근로복지공단의 설립 의의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이나, 실질적으로 공단을 감시할 수 있는 행정기관은 법원뿐이다. 법원은 감정의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하루빨리 법의 보호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는 재해자를 위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공단이 그저 명목상의 보여주기식이 아닌, 공정하고도 실질적인 보상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단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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